블로그를 시작하며.

Posted by 노마딬썬 노마딬
2014. 10. 21. 18:27 가죽공예/노마딬 스토리

 

벌써 2년 전 이네요. 제가 가죽공예를 배우기 시작한게...

인도 뿌리의 숙소였습니다. 사귄지 두 달 된 여자친구가 배낭에서 팔뚝만한 고무망치를 꺼내들고 음흉하게 웃습니다. 여친의 배낭에서 고무망치가 나올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올게 왔구나... 어쩐지 두개골이 깨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만 같았습니다. 동행의 두개골을 고무망치로 깨부스고 돈을 훔쳐 여행하는 싸이코패스 영화의 한 장면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부들부들 떨던 내게 여자친구는 미완성의 가죽힙쌕을 꺼내들고 비실비실 웃습니다. 가죽가방 만드는 거 가르쳐 줄게.

2년전 인도의 한 숙소에서 오줌을 지리며 가죽공예에 입문 했더랬죠.

그렇게 배우게 된 가죽공예가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돈을 들여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것도 아니고 주먹구구 독학으로 공부한지 2년. 이젠 자신감도 제법붙고 제 가방을 사고 싶다는 사람들도 조금씩 생겨납니다. 신기하기만 하네요.

가죽 가방을 만드는 것, 참 재미있어요. 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가죽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답니다. 2차원의 평면이 3차원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숨막히게 아름답지요. 어떨때는 그 과정이 너무 멋져 바느질을 끝내기 싫을 정도랍니다. 완성 직전의 바느질 서너땀을 남겨 놓고 한없이 바라볼 때가 많았죠. 가죽에 망치질을 하고 있으려면 3만년 전 유목생활을 하던 원시인들도 비슷한 과정과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시공간을 초월한 전 인류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만 같아 숨을 헐떡헐떡 할때도 있었죠. ㅋ

한편으로는, 가죽가방을 만든 다는 것은 일종의 영적 체험을 하는 것과 같기도 합니다. 제 가죽 스승 중 한 명은 제게 이런 말을 해주었죠. 네가 칼로 자르고 가위로 오리고 망치질을 해대는 그 가죽은 한 때 살아 숨쉬는 생명체였어. 그러므로 가죽을 만든다는 행위는 업를 쌓는 행위와 다름없고 그래서 더 바르고 옳은 생각을 가지고 그 업을 덜어내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고요. 전 무신론자라 한 귀로 흘려 들었지만 이상하게 가죽가방을 만든 후 부터는 계단에서 미끄러져 갈비뼈에 금이 가거나 야생 고양이에 물려 흉터가 남는 다거나 하는, 가죽가방 만드는 일과 상관없는 부상들이 잦았습니다. 그럴때마다 스승의 말씀을 떠올리고는 가까운 부처님께 달려가 108배를 드렸답니다. 그러면 뭐랄까.... 마음이 차분해지고, 부상으로 인한 분노와 흥분이 가라앉고, 좀 더 겸손해지게 되며, 방에 걸려있는 가죽들이 한 때 살아있던 생명체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쉬는 생명체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그 후로부터는 가죽을 자를 때 좀 더 신중해고 차분해지며 그래서 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낼 수가 있었습니다. 대충 되는대로 구멍을 둟고 설렁설렁 바느질을 해대면 어쩐지 살아있던 가죽의 주인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만 같았 거든요.

그래서 결국,
가죽으로 무엇인가를 만든 다는 행위는 자신과의 싸움이랍니다. 생명이란 죽어서도 영속적이라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고, 그래서 가죽을 만드는 일은 생명을 유지하는 매우 신성한 행위이며, 그러므로 작은 실수가 그 신성을 훼손하는 것만 같아, 결국 가죽을 만드는 행위는 완벽을 지향하는 불가능과 다름아닙니다. 뭐래 ㅋㅋ

벌써 2년 전 이네요. 오줌을 지리며 가죽공예를 배우기 시작한게...

그간 제 스스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수많은 깨달음이 있었고 그 변화가 저를 조금 더 행복한 인간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일상을 오롯이 제 자신을 향하게 하면 그만큼 더 행복해 진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생활은 이전보다 조금 궁핍해지고 미래는 조금 불투명해진 듯 하지만 현재의 내가 행복하다는 믿음은 더욱 농밀해졌습니다. 인도에 살 때, 우연히 길을 걷다 보게된 벽보 한 장이 있습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세 가지 방법. 첫째,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둘째, 사람들과 어울려 수다떨고. 셋째, 그렇게 느낀 행복을 일기에 기록할 것. 이 세가지를 일상에 녹일 수 있다면 항상 자신이 행복하다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2년을 그렇게 살려고 노렸했더랬죠. 조금더 부지런해 졌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되었으 며, 그래서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아무런 죄책감없이 기록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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