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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ning3

골방안에 틀어박히다. 누구와도 연결되고 싶지 않았다. 하필 생일에 일이 터진지라, 메시지와 메신저로 이런저런 선물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근데 아무것도, 누구와도 연결이 되고싶지 않아서 그냥 창을 닫아버렸다. 뭐 일주일 정도 지나면 선물들은 반환되겠지, 그럼 그 사람들에게 지불했던 돈이 되돌아 가겠지, 하며. 친구들은 조심스레 선우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선우는 내 매니저처럼 00에게는 그래도 연락을 해서 네 목소리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걱정을 덜 할 것 같다고 내게 전해주기도 하고 00한테 연락이 왔었고 내가 잘 말했다, 고 알고만 있으라 언질을 해주기도 했다. 다들 내가 왜 연락을 안받고 싶어하는지 어떤 생각인지 잘 모르겠지만서도 그래도 내 의중을 헤아려 각자의 방식으로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선물하기, 같은 작은 .. 2023. 11. 23.
새로운 녀석이 나타나면, 나도 변해야지. 일상이 생겼다. 이제 우리는 시도때도 없이 병원을 들락날락 거릴 것 같은데, 늘 오후 3~4시에 일어나서는 안될거 같다며. 선우의 목표는 아침 8시 기상이다. 당분간 적응하기 위해 아침 10~11시사이에 일어나기로. 우선 선우는 일어나선 거실 커튼을 열고, 블라인드를 올려 채광을 높인 후, 내 방으로 달려온다. 안녕? 하고 나와 눈을 맞추고 내 다리 맡에서 골골거리며 기다리는 고선생에게 몸을 낮춰 그루밍을 도와준다. 나는 일어나 조금 따뜻한 옷을 걸치고, 세안을 하고, 뒷 주방의 효소병들을 한번 열어 섞어준다. 그 사이에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신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앉아 전날의 일상을 기록하면, 선우가 정성들여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마시며 선우는 스트레칭을 하고 나는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작은 보온병에 .. 2023. 11. 14.
암선고는 내 생일, 선물처럼 찾아왔다. 무언가 하고싶은 것이 생겼다. 쓸데 없지만 그냥 하고픈 것. 다름아닌 캐닝 Canning. 토마토를 애지중지 키워 소중하게 모아 토마토 페이스트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릴스나 숏츠의 알고리즘에서도 토마토를 수확해 소스를 만들고 열탕소독한 유리병에 옮겨 보관하는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된다. 그 중에 아니, 캐닝이라니? 유리병을 통조림캔화 한다니? 검색을 해보니 메이슨자 Mason Jar 가 캐닝에 적합해보이는데 직구하려니까 배송료가 엄청나게 비싼거야. 그래서 며칠 고민하다가, 국내에서 많이 쓰는 보르미올리 유리병에 캐닝 뚜껑과 캐닝 때 필요한 도구들을 따로 주문하고 유튜브로 캐닝을 공부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건강검진을 받아야 해, 후딱 강릉에 들러 받았고 그 저녁부터 다음, 그 다음날인 수요일까.. 2023.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