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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hions

병원생활

by hionsK 2023. 12. 14.

 

 

 

보통 일요일 오후에 입원접수가 된다.
별 생각없이 13시부터 15시까지 접수 한다니 조금이라도 늦게가야지. 입원하면 그대로 갇히니까 버티다 제일 끝에 입원해야지.

느즈막히 일어나 느즈막히 준비를 하고 여유있게 병원에 도착했다.
근데 으잉? 1인실이 없다네. 2인실밖에.

아뿔사, 그래서 사람들이 일찍 오는구나. 원하는 병실에 들어가려고.

강릉아산병원은 2인실보다는 4인실이 더 낫다는 말들이 많아, 4인실도 물어봤으나.. 내가 들어갈 병동은 6인실만 남았다고 하더라.
별 수 없이 2인실 부탁드립니다.

73병동.
간호사 선생님이 병실을 안내해주고 바로 나를 스테이션으로 끌어 몸무게와 키를 쟀다.
아… 완전 무거운 니트와 완전 무거운 와이드 코듀로이바지인데.
역시나 기본 몸무게보다 2.5kg 정도 더 나온 상태.

알러지가 있는지, 유전병이 있는지, 다른 지병이 있는지, 부모 전적이 있는지 등등.
이것저것 다 대답해주고는 병실에 드디어 들어갔다.

역시 2인실은 듣던대로 너무너무너무 작다.
1인실에 침대 두개와, 보호자 침상2개, 개별 수납장까지 다 때려넣으니까… 움직일 스페이스가 참 없더라. 커튼 하나 사이로 손 뻗으면 닿는 그런 공간.

우리에게 허락된 공간. 아.. 2인실은 정말 너무 답답한 공간이다.


옆환자분은 80대 할머니셨는데, 간단한 복강경수술을 하려 입원했지만, 몸 상태가 잡히질 않아서 계속 입원중이라고.(알고 싶지 않아도 회진할 때 다 들리고 간병인의 통화로도 들리고 뭐… 사생활이라곤 1도 없는 무자비한 공간.) 게다가 섬망이 있으셔서 간병인께서 할머니 아들에게 전화해서 더이상 못하겠다, 아드님이 들어오소! 하고.
섬망이 올 때는 코줄등 몸에 연결된 모든 호스들을 다 빼낸다고 하시더라.

 

 



가끔 간병인 선생님 없을 때,
‘아가씨, 아가씨’ 하고 조용하고 정중하게 부르셔서
‘네’ 하고 가보면…

묶어둔 손을 들어
‘이것좀 풀어줘요. 간호사가 풀어주랬어!, 풀어줘요’ 라고 하신다.

‘어디 불편하세요? 그럼 제가 선생님 불러 드려볼께요, 잠시만요!’
하고 바로 간호사 선생님 불러다 드리면 간호사 선생님은 ‘환자분 이거 풀면 안돼, 이거 풀면 여기도 억지로 빼서 상처 다 나고 아프잖아요, 그럼 안돼요! 여사님 어디가셨어? 금방 오실텐데 조금만 있어봐요?’

나는 조용히 내 침대에서 숨도 안쉬고 숨어있기.

ㅎㅎ 병원생활하며 제일 행복한 환자가 되어야지! 하고 골라온 양말. 왼손은 새벽에 30분 넘게 찾은 혈관.


입원 다음날 부터는 MRI/ 골밀도/ 심장초음파/ 뼈주사/ CT촬영/ 본스캔/ 표적마킹 등 2~3일에 걸쳐 내가 가진 암을 직접 열어보기 전에 최대한 샅샅히 분석하는 검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찍 자야하는데 밤새 섬망 오신 할무니는, 간병인선생님께 욕을 하면서 분노하시고
중간에 간호사선생님들 다 달려오시고
나는 잠들락 말락 하면 혈압재고
와.. 병원은 참 정말 우와…
개힘들고 개개로운 곳이야.

그래도 그럭저럭 즐거운 날라리 환자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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