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선생이야기4

하루하루 바쁜데, 마음은 무기력 해. 루틴이 무너졌다. 일어나는 것도 조금 느슨해지고, 무엇보다도 산책 나가는 것을 안하고 있다. 선우는 눈을 떠 내 상태를 체크하고 산책을 가고싶으면 가자고, 안가고 싶으면 안가도 된다고 내 의사를 물어봐준다. 마음은 안가고 싶은데 괜히 작심삼일 등의 죄책감으로 주저하면, 괜찮다고, 너 하고싶을 때 하는 것이 제일 좋은거라고 운동 몇 번 거른다고 큰일 나는 것은 아니라고 내 마음을 안심시켜준다. 마음이 급해졌다. 날이 추워지고 있고, 텃밭에는 아직 채 익지 않은 토마토들이 그대로 달려있다. 호박들과 수세미도 정리해두어야 하는데. 산책과 운동보다는 얼른 토마토들을 수확해 그린토마토 살사와, 그린토마토 처트니를 만들어 캐닝을 해둬야 한다. 고추들도 얼른 수확해 손질하고 얼리거나 건조해두어야 하고, 수세미도 끓는.. 2023. 12. 2.
암선고 일주일 전. 알림 꺼놓고 또 즐겁게 살면 돼. 조직검사를 받고 일주일 뒤에 진료 예약을 잡아두고 나오면서 우리는 이런얘기를 했다. 또 일주일의 시간이 생겼구나. 모든 것은 일주일 뒤로 미루고 아무 걱정도 없이 또 즐겁게 살자, 고. 알림을 꺼놓고 즐겁게 놀다가 일주일 뒤 알림(결과) 받으면 그럼 그 때 최선에 대해 생각하자고. 아픈건 아픈거고 일단 조직검사를 잘 해냈다는 것이 되게 좋더라. 아파서 찡그리다가도 끝났다는게 신이 나서 해실해실 웃으니 선우도 덩달아 ‘진짜 용감하다, 울지도 않고 그 무서운걸 다 했네?’ 하며 추켜세워주는데 나는 맞다고, 진짜 나는 용감하다고 검사도 끝이라고! 신난다고 날 더 칭찬하라고 요구하며 한참을 웃는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어제 혼자 집에 있었을 고선생을 달래주러 셋이 소풍을 나.. 2023. 11. 29.
조직검사, 곱니 아프더라.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고 초진 날짜가 잡혔다. 드디어, ‘너는 암환자야!’ 하고 확진 해줄 의사를 만나는 날. 사람이 참 많더라. 주차장을 빙글빙글 돌고, 큰 병원을 헤매고 다니다 겨우 도착해 한시간을 기다려 의사선생님을 마주했다. 전 병원에서 찍어온 내 초음파를 보여주며, -여기 이게 모양이 이쁘지 않죠, 이게 암이 아니라고는 못하겠어요. 나머지 두개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얘는 암일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라 한다. 내가 뭘 알겠냐만, 내가 보면 이쁘던데.. 그냥 다 이쁘던데. 이쁘면 암이 아닌가, 그럼 좋겠다. 오늘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일단 안이쁜 녀석을 먼저 검사할 것이라고. 그리고 일주일 뒤에 결과를 놓고 다시 얘기하자고. 또 한참을 기다려 조직검사 시간을 예약하고 중간에 시간이 떠 점심을 먹었.. 2023. 11. 29.
열흘 째 예비 암환자. 암일 확률이 98%이상이다, 라는 말을 듣고 딱 열흘 째. 오늘은 조직검사 날. 일찍 누웠는데 시간마다 깨서 잠을 통 못잤다. 꿈에서 조직검사를 몇번이나 했는지. 꿈인데도 통증이 생생해 좀 억울하더라. 어제 선우의 브리핑에 따르면, 아침 8시에 일어나 9시에 강릉으로 출발, 10시에 병원에 도착해 소견서와 영상CD등을 접수하고 10시 45분에 진료 받으면 된다고했는데 나는 6시부터 말똥말똥. 이왕 말똥말똥 거리는 김에 검색을 해볼까 해서 유방암 조직검사부터, 조직검사 후 결과 나오는 기간 등등을 찾아보다가 여러 사람들의 생생후기(?)를 읽게되었다. 의외로 항암을 안해도 되는 경우도 많다더라. 항암을 대비해서 겸사겸사 머리를 미리 밀어야겠다, 했더니 선우도 같이 밀겠다 하더라. 그럼 인도 이후 두번째 동반.. 2023.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