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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hions

코로나 그 이후.

by hionsK 2023. 12. 23.

 

 

23.11.19-26

나는 암환자인데, 암수술을 받은지 불과 3일 밖에 안 지났는데 전신마취 수술은 안중에도 없고
코로나로 모든게 덮인게 참 아이러니.

어쩌다보니 퇴원을 일찍 하고 일요일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월/화 이렇게 외래가 잡혀있었는데 모든게 다 틀어진 상황이 되어버린거지.

20일 외래가 29일로 미루어졌다.

수술관련해서 내 몸에서 떼어낸 암조각들에 대한 검사등을 확인하고 그에 따라 항암에 대한 계획등도 다 미뤄진 상황.

뭐 어쩔 수 있나.
첫 코로나가 병 고치러 간 병원에서 걸려 어안이 벙벙한데, 와 이거 엄청 아프더라.
또 나는 수술 중에 마취가 풀려 목안의 호스를 잡아 빼며 생긴 상처와 함께 인후통이 쎄게 찾아와서 목으로 아무것도 못 넘기는 상황.
침 삼키는 것도 아파서 낑낑거리는데 뭘 먹고 싶을까.
근데 선우가 조금씩이라도 약먹기 위해서 3끼는 먹어야 한다고.

아니 지난 1년간 하루 한끼만 먹고 살던 귀차니즘에게 3끼라니.

다행히 병원에서 지어준 약에 마약성 진통제(마이폴)와, 인후통에 쓰는 마약성 시럽(코푸)이 있어서
그 두개를 시간 맞춰 먹고 나서 통증이 좀 잡히면 후다닥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약을 먹었다.

<주황색이 마이폴, 새로 산 커플 슬리퍼랑 약 색깔이 똑같아서 찍어 봄>

먹는게 전쟁인데 또 마약성 약들의 부작용은 잠.
와, 잠이 왤케 쏟아지니?
평생 이 기간처럼 자 본일이 없었는데.
아, 또 마약성진통제를 복용하면서 변비가 생겼다. 수술 직후부터 혈관주사부터 마약성 진통제를 넣었는데, 이 기간에 평생 첫 변비가 +_+
변비가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목도 아파 잘 못먹는데 잘 싸지도 못한다니!! ㅠ_ㅠ

이 때의 일과는 목이 아파서 깨어나서 바로 약을 먹고, 다시 두어시간 자고 일어나 후딱 밥을 먹고 다시 잠. 또 아파서 깨서 약을 먹고, 두어시간 자고 점심을 먹고, 다시 잠. 또 아파서 일어나고 블라블라.
정말 하루에 19시간은 잤는데 늘 내 옆에 고선생이 같이 자주었다.

 

<자다 깨면 늘 내 옆에, 내 다리사이에, 내 옆구리에 딱 붙어 나보다 더 잘, 자는 고선생>

이 때의 기록은 모두 다 자다 깨서 00먹음, 00시간 잠 뭐 이런식임.

진통제가 없었으면 진짜 힘들었을 듯 싶다.
진통제 덕분에 뭘 넘길 수 있었으니.
까딱했다간 굶어죽을 뻔.
(아님 선우가 아마 억지로라도 입에 쳐 넣고 먹게했겠지)

아무튼 코로나는 정말정말 아파 죽는 줄.
어쩜 수술한거는 1도 기억안나고 코로나만 기억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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