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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hions

항암은 항암이고, 일단 먹자.

by hionsK 2023. 12. 25.

 

 

23.12.01-09 / 먹방&커피투어 in 부산
 
항암 스케쥴이 잡힌 이후부터 항암 전에 먹고 싶은 것들 다 먹어야겠구나! 하며 먹깨비 모드가 발령되었어.
일단 항암을 하게되면 면역력이 약해지니, 회나 젓갈, 생고기 등을 먹을 수 없게 된대.
 
일단 내가 가장 아쉬운 게,
연어와 소고기 레어 스테이크.

<보통 연어 1kg를 시켜. 그럼 선우가 회를 떠서 600g 정도 먹어. 나머지는 다음 날 초밥이나, 덮밥으로 먹는데… ㅋㅋㅋ 이 날 둘이서 3시간동안 1kg를 다 먹어치웠지롱>

 
아... 이 두 개는 진짜 하루 날 잡고 원 없이 먹어야지.
 
그러면서 선우와 둘이 2박 3일간 여행을 가기로 했어.
 
부산/전주/여수 이렇게 물망에 올랐다가, 체력이 그래도 있을 때 부산을 후딱 다녀오자! 해서 부산으로 낙점.
첫날의 호텔은 자갈치시장 주변으로 잡아서 근처 깡통시장으로 야시장을 마음껏 즐겼어.
아, 감천마을 야경을 보자고 해 잠시 다녀옴.

<사진 제목은 여우의 독백이야>

 
이튿날, 잘 먹어야는 목적으로 온 부산이니만큼! 현지인의 추천을 받아 게장집을 갔다?
아니, 게장에 재첩국까지! 모자르면 얼마든 더 먹는 그러니까 무한리필이란 건데, 이게 1인 15,000원이란 게 말이 됨??
 
냉면그릇 같은 큰 그릇에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가득 나오고 밑반찬들과 개인 재첩국까지.
밥그릇이 종지같이 작아서 상대적으로 게장양이 작아보이는데! 아님. 절대 결코, 양이 개많음.
우리 먹깨비들도 감히 리필할 생각도 못하고 주어진 양을 안 남기고 잘 먹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름.
아주 맛있었다. 항암 다 하고 컨디션 올라오면 또 가야지.
 

<와, 진짜 다시 먹고 싶다. 얼릉 항암 끝내고 가야지>

 
배 터지게 먹었으니, 이제 선우가 부산에서 꼭 가고 싶다던 커피로스터리집을 가야하잖어?
무려 월드바리스타챔피언님의 커피숍이라는데, 여기가 2호점이래. 근데 선우는 꼭 둘 다 가보고 싶대.
그래도 시간이 안되어 하나만 가야 한다면, 2호점 영도점에 가보고 싶대.
그럼그럼 가야지! 가보자고!
 
평소 로스팅을 하고, 커피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하던 선우가 눈이 아주 반짝반짝해져서,
카페 앞 문을 열기 전부터 나에게 한참을 설명해.
'요나야, 이 문을 열면 너는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을거야. 여기는 항구도시 같은 느낌인데, 이 문 안은 아주 새로운 분위기로 싹 바뀌게끔 인테리어를 한 것 같아. 놀라지 마!'
 
아주아주 큰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와.
음악 우와, 공간감 우와, 인테리어 우와!
진짜 다른 세상으로 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
 
커피를 주문하고 친고객적으로 인테리어가 된 커피바를 보면서 바리스타분들의 커피 내리는 모습을 한참 보고 그 뒤로 커피 창고부터 커피 분류 및 계량되고 블렌딩 되고 로스팅되고 소분되어 패킹까지 한큐에 이뤄지는 광경을 찬찬히 보자니
여긴 지금 커피에 빠진 선우에게 천국이겠구나, 싶더라.
 
커피를 마시며, 공간 중간중간 오디오링크를 열어 설명을 듣고 하다가
선우가 신이 나서
'요나야, 저 로스터는 한 번에 00kg 볶을 수 있대, 그 옆에 있는 건 월드챔피온님께서 미국서 공수해온건데 챔피온 대회 나갈 때 저 로스터를 쓰고 싶어서 미국서 중고로 델꼬 왔는데 일정이 안 맞아 커피는 볶아가질 못했대. 근데 우리나라에 한 대밖에 없대?' 등등 조잘조잘 요나야 이건 00래, 요나야 이거 봐봐 우와, 이거 진짜 좋다, 요나야 요나야.

<집에 있는 로스터 버리고 저 기계 사고싶다고 조르면 우짜지?>


 
우리가 조용조용하게 막 끊임없이 지들끼리 웃으면서 구경하니까 친절한 직원분께서 안내서도 갖다 주시더라고.
아무래도 빡빡한 일정이지만, 짬 내서 모모스커피 본점도 가야 할 거 같아. ㅋ
 
아니 근데 진짜 좋은 공간이더라. 현실로 구현해 낸 몽상가의 복잡한 머릿속 공간을 엿본 느낌. 
 


 
이제 또 부산을 가로질러 부대 앞으로 가야지.
선우랑 나랑 중국음식을 좋아하는데(짜장면 짬뽕 같은 거 말고, 가정식요리)
부대 앞에 실력이 출중한 요리집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모야?
 
우리가 천안에서 지낼 때 '운룡자매집'이란 단골집이 있었는데 여기는 조선족 사장님과 현지 중국요리사 분께서 요리를 해주셔. 완전 전통식인데 와... 맛이! 진짜...
꼭 가면 마라토부(중국어로 매운 것을 뜻하는 '라' 마파두부와 비슷하나 곱니 매움)/ 경장육슬 / 꿔바로우 / 양꼬치 / 쯔란볶음 등등 중국어로 한가득 써있는 메뉴판에서 이것저것 찍어서 주문해 랜덤으로 즐겼었어.
자주 가고, 그 식당 사람들과 친해지고, 주방장선생님이랑도 친해지고. 다행히 선우가 중국어를 잘하니까 주방장 선생님이 매번 피드백 구하시고, 서비스 요리 막 갖다 주시고 아주 행복했던 곳.
너무 멀리 이사를 와 갈 수 없는 게 너무 아쉬워.
(지금 찾아보니 완전히 변했구나. 훠궈집으로. 어찌 변했는지 꼭 가보고 싶다)

<마라두부와 경장육슬, 돼지귀무침 인 것 같아. 요리 두개 시키면 하나는 주방장님이 서비스로 만들어 주셨고, 우린 남기지않고 다 먹고 돌아왔엌ㅋㅋㅋ>


 
아무튼 부산에 우리의 운룡자매집 같은 중국요리집이 있다니!!! 꼭 가봐야지 않겠어?
와, 여기도 찐이더라. 정말 대단한 꿔바로우를 비롯해서 나머지 요리들이 아주 훌륭했어, 진짜 오랜만에 느껴보는 중국요리들에 막 황홀해지더라고.
여기 꼭 가봐, 꿔바로우 맛있고 양고기 쯔란볶음도 맛있었어.
 
맛난 거 먹으면 진짜 왤케 행복해지나 모르겠어.
막 머리 복잡한 일들에 스트레스 받았다가도 맛난 거 먹을 계획만으로 20% 스트레스가 삭제/ 맛난거 먹으러 가는 동안 30% 삭제/ 맛난거 먹고, 나와서 선우랑 조잘대면서 모든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게 진짜 가능한 리얼 먹깨비들ㅋㅋㅋ
 
이 행복감을 안고 두 번째 숙소를 찾아가야지 했어.
두번 째 숙소는 라마다 앙코르 바이 윈덤.
부산을 막 가로질러서 또 해운대로 찾아갔어. 이때가 10시 가까워졌던 시각.
 
부산 앙코르 바이 윈덤 해운대는 주차가 타워형이라, 꽤 불편하구나 싶었어.
차를 넣기 전에 모든 짐을 빼야 하고 중간에 차를 빼는 게 번거롭겠다 싶었거든.
 
아무튼 낑낑 짐을 들고 로비로 올라갔는데
예약자 명단이 없대?
오잉/
 
알고보니깤ㅋㅋㅋㅋ 라마다가 부산에 부산역과 해운대 두곳이래????
아니, 강원도 전체에 두 개 있는거로 아는데 부산에만 두곳이라고?
나는 왜 부산역 점을 예약하고 해운대로 왔는가?
 
호텔 측에서도 미안하다고 웬만하면 그쪽 예약 빼서 이쪽으로 해드리고 싶은데 여건이 안되어서 미안하다고.
 
아녀라,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어요, 제가 몽총했던걸요 ㅋㅋㅋ
 
후딱 나가서 다시 차를 빼는데! 주차 도와주시던 분께서...
'진짜 가끔... 한 서너 달에 한번 정도 가끔 그렇게 착오가 있어 여기로 오시는 분들이 있긴 해요' 하시며 팩폭하시더랔ㅋㅋㅋ 아, 따꼼해랔ㅋㅋㅋㅋㅋ
 
겨우 맞는 호텔에 가 체크인하니까 11시가 넘었어?
와, 이제 출출하네 싶어서 부산역 앞 돌아다니다 국밥집 찾아서 야무지게 돼지국밥도 먹어주고.
 
그렇게 하룻밤 자고 결국 모모스커피 본점도 가 봄.
 
전날 갔던, 모모스 영도점은 막 엄청 현대적이고 모던함의 극치였다면
본점은 딱 야외 현관을 통과하면서부터 
와, 발리풀빌라같아. 하게 되더라.
아니, 같은 사람의 구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극과극의 느낌이더라니까?
여기 본점도 눈길을 안 빼앗는 곳이 없더라. 공간이 참 이뻐.
2층에 올라가다가 고양이가 있어서 
아, 그럼 우리 자리는 요기군! 하고 바깥 테라스에 앉아 찬찬히 둘러보는데, 모든 공간이 다정한 느낌이라서 좋더라.

<모모스커피 본점. 가방안에 상시 준비된 고양이 간식들을 조공하면서 12월 부산의 가을을 만끽 중ㅋㅋㅋ>

 
아니, 근데 말이야. 12월이잖아?
근데 왜 부산은 가을임???
우리 평창은 겨울왕국인데 말야.ㅋㅋㅋ
여행 내내 너무 따뜻하고 좋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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