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소리/hions

첫 외래. 내 암은?

by hionsK 2023. 12. 24.

 

 

23.11.27-30

수술의 고통은 코로나로 덮고,
코로나 덕분에 담당교수면담 외래가 9일이나 밀렸지만,
수술 봉합부위와 배액관제거한 부분을 확인해야해서 코로나 격리가 풀리는 시점에서 제일 빠른 날 ‘상처장루클리닉’의 진료가 잡혔다.(이틀 뒤 담당의외래)

이왕이면 같은 날 한번에 시간을 잡으면 좋을텐데 미안하다던 선생님들에게
괜찮다고. 왜냐면 맨날 산속 집에만 있었어서, 이렇게 사람많고 차 많고 반짝반짝한 도시인 강릉에 놀러 나오는게 참 즐겁다고 ㅎ

수술부위를 소독하고(물론 집에서 드레싱을 잘 했다. 우리는 칼을 다루기 때문에 자주 다쳐서 집안에 상시 소독약과 밴드 웬만한 드레싱도구는 다 갖추어놓았다.) 배액관을 제거한 구멍의 상처도 보기 위해 밴드를 뜯는데…

내가 살성이 참 약해, 선생님과 선우가 대화하면서 내 옆구리 밴드를 떼어내는데 주욱, 하고 피부가 같이 떨어졌더랬다.
나는 뭐 그냥 아픈거니까, 하고 별 느낌 없이 있고 선우는 속상하지만 어쩌겠어, 요나 살성이 저런대. 미리 선생님께 살살 뜯어야 한다고 말할껄, 하고 아쉬워 하고있고. 선생님이 살짝 놀라셔서 주루룩 흐르는 피 닦아내셨다고 한다. ㅎ

(이 이후부터는 밴드 같은거 떼어낼 때 선우가
‘피부가 약해서 같이 떨어질 수 있어요, 살살 부탁드립니다’ 하고. NPC처럼 말하곤 한다.)

<혈관도 이상해 바늘 잘못 꽂으면 혈관 따라 멍이… 바늘 잘 꽂아서 혈관 잡으면 그 주위로 붙인 테이프밴드들 부분의 피부결이 다 벗겨지는.. 뭐야 이상해 내 피부.>

이 날 나는 30분 가까이 외과 전담 간호사 선생님께 유방암에 대해, 뭘 하고, 뭘 주의해야하고, 앞으로 어찌 살아얄지를 들었고 그 동안 궁금한 부분에 대한 답을 찾았다.

나는 평생 생리가 너무 버거워 생리량이 줄어들고 거의 안하게 된다는 얘기에 ‘미레나’를 n회차 삽입 중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바로 제거했었어서 다시 힘겨운 생리와의 전쟁을 시작했던터라
제일 궁금한게 ‘치료 종료 후, 다시 미레나를 삽입 해도 되는가.’ 였는데
부정적이시더라.
ㅠㅠ 미레나도 호르몬을 조절하는거라 권유하지 않는다고.

아… 생리 너무 싫어.

아무튼 유방암에 대한 교육을 한참 하고, 그 후 영양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았는데
와, 병원에 이런 시스템이 있구나! 어차피 앞으로 암환자로 살 것, 잘 살 수 있게 기본은 알아야 돼! 하는 식으로 요점만 잘 짚어 설명해주시는게 알차더라.

다만, 영양관리에서 선우가 좀 뿔이 났는데…
영양사 선생님께서 해야하고 하실 수 있는 말을 해주신거지만 선우나 내 입장에서는
뭐 하면 안되고 이거 먹음 안되고 저건 몸에 안좋고 그건 하루에 하나만 이런식으로 제약 두며 말씀하시는데 선우가
‘근데요 선생님.. 못먹고 안먹고 절제하면서 스트레스 쌓이는 것보다 그래도 가끔 맛나게 먹는것도 괜찮지 않을까요?’의 취지로 얘기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는데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아직 음식에 관련해서 암 발생률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이 안되었는데도 뭘 먹으면 안되고 그거 먹으면 안좋고 하는 얘기들이 마치 암 발병을 환자 개개인의 탓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이 들려서 마음이 상했다고 한다.
물론 영양사 선생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소고기를 많이 먹어서 암이 생긴것이 아닐텐데 왜 소고기도 자제 해야하고 고기도 닭고기 위주, 생선도 흰살 생선 쪄서 먹는 것 위주 등등 제약들이 버겁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찬 내용이 참 많다. 안에 죽/샐러드/스프 등 유용한 레서피도 있음>

뭐 그렇다 한들 그건 우리 개인의 의견이고!
영양사 선생님의 귀한 시간, 양질의 조언들을 잘 듣고 드디어 병원 밖으로 탈출!

 


이어서 이틀 뒤에 다시 병원을 찾아 담당교수님과의 면담.
바로 상처부위를 보시고는 수술부위에 찬 물을 빼주시겠다고 큰 주사기 두통의 물을 빼내주셨음.
그리고 수술 검사 결과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수술 중에 림프를 nn개 떼어내 검사를 해 n개의 전이를 확인했고 내 암의 크기는 2.2cm이고
그래서 나는 3기.

아.. 수술 전에 2~4기 정도 예상이 된다고 하셨는데 와..! 나는 뭘 해도 딱 중간이구나 ㅎ

이제 항암을 해야하는데 이건 혈액종양내과 하석훈교수님 협진으로 진행해야해 오늘 외래 넣어주겠다고 기다렸다가 상담받고 가야한다고.
그 중간에 채혈도 하고, 비타민D 수치가 낮아 그에 따른 약과 간수치가 높아 또 그에 따른 약을 처방해 꾸준히 먹으라고.
이제 외과진료는 끝이지만, 항암 할 때 한번 회진 가겠다고.(후에 외래로 우리가 가서 수술부위 물 찬거 뽑고 초음파도 보고 함.)

그동안 감사했다고, 선생님 덕분에 참 수월했다고 깊게 인사드리고 마치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듯 혈액종양내과 앞에서 또 오만시간 대기.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은 되게 시원시원하게 똭똭똭 설명을 잘 해주셨음.
케모포트에 대해서도 권유 해주시고,
선우가 궁금한거 질문하면 시원시원하게 대답해주시고.
바로 항암준비를 들어가자, 며 일정을 잡아주셨는데 수술 3~4주 이후부터 항암에 들어가는거라 나는 12월 10일 입원으로 잡힘.

이제 항암이네.
처음 암 진단 받았을 때부터 항암을 염두해 두었던 터라, 나나 선우나 별 생각이 없었다.
올해 초부터

<그냥 뜬금없이 귀여운 고선생 사진>

삭발하고 싶단 생각이 컸었는데
나는 ‘어, 그럼 진짜 삭발해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선우는 ‘항암을 해서 재발률을 5%라도 낮춘다면 항암을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지라 항암은 뭐 환영까진 아녀도.

항암 전에 맛나는 것도 많이 먹고 특히 회를 많이 먹어둬야지, 하고 바로 여행일정을 잡고
먹거리 스케쥴을 잡았다.
이를테면, 0날 저녁은 육즙이 좔좔 흐르는 소고기 레어 스테이크! 그 다음날은 연어 1kg, 그 다음날은 게장을 먹자! 하면서 알차게 하루하루 먹고싶은 것 먹고, 다음 먹을 것을 생각하면서 항암을 기다렸다.


 

 

'잡소리 > hio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사다난한 케모포트 삽입기 1.  (33) 2023.12.26
항암은 항암이고, 일단 먹자.  (33) 2023.12.25
코로나 그 이후.  (2) 2023.12.23
아니, 내가 코로나라니!  (33) 2023.12.21
드디어, 수술  (24) 202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