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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hions

항암 6회차

by hionsK 2024. 4. 6.

24.03.07~24.03.09

 

이제 항암의 반절이 지나갔다.

총 8회 중 4회는 AD마이신+엔독산

그리고 나머지 4회는 도세탁셀(탁소텔)

 

검사를 해보니 표적항암 할 정도의 수치가 꽤 애매해서 표적항암은 안 하기로 했다고.

 

항암을 할 때마다 매번 입원을 하는데,

처음엔 병원 밥도 잘 먹고, 병원 생활도 알차게 보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점점 좀이 쑤시게 되더라.

병원밥은 이제 냄새 맡는게 어려워져서 아예 밥을 넣어주지 마시라, 말씀드리고

아침에는 요거트에 그레놀라 만들어 둔 것과 바나나로 간단히.

저녁엔 일정 다 끝나고 간호사선생님들 회진 끝나면 도망 나와(?) 바깥에서 밥 먹고 들어온다.

<오트밀과 견과류로 만든 그레놀라, 그리고 훈이네 목장 요거트>

 

보통 슬쩍 외출시간이 1시간 안팎이면 괜찮을텐데,

우리는 밥을 막 엄청 천천히 먹는 느림보들이라서 밥 먹는데만 1시간, 오며 가며 이것저것 참견하는 시간이 1시간.

그러니까 아마 우리 담당 간호사 선생님들이 엄청 속 끓이시지 않았을까 싶다;

얘네 왜 또 없어! 하고.

 

지난 AC 마지막 항암 때는 너무 좀이 쑤셔서 담당 선생님께

입원 다음날 항암제 맞고.. 저녁 늦게라도 퇴원하면 안 되냐고. 슈렉 고양이처럼 엄청 간청하는 눈빛으로 말씀드렸었다.

허락받고 행복하게 1박 2일 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이번 입원은 중간 점검 시간이라 CT도 찍어야 하고. 그래서 입원 기간이 좀 늘어난다고 하시더라.

흐흐, 괜찮아요. 다 잘할 수 있어요! 

 

병원에 도착해 채혈을 하고 입원등록을 하는데 1인실이 없대.

혹시 다른 병동에도 없을까요, 혹시 기다리면 늦더라도 나올까요?

간절하게 여쭤보니

소아과 병동도 괜찮냐고.. 다들 소아과병동은 기피하는데 거기라도 괜찮으시면...

 

예. 완전 좋아요!

<소아병동은 아기자기하다. 옷장도 작고 ㅎ>

 

1인실을 잡아두고 늘 하던 대로 입원 전 마지막만찬(뭐 입원해도 맨날 맛난 거 먹으러 다니지만)을 즐기러

병원 앞 흑진주 중식당에 가, 짜장 짬뽕 탕슉 셋트를 거하게 먹고 짐을 가지고 병동에 올라가니,

선생님께서 식사하셨냐고. 금식 6시간 해야한다고...

(당일이 아닌 다음 날 찍을거라 생각했는데.)

 T^T

 

다시 6시간 물도 마시지 말라고 하셔서, 저녁에 CT찍기로 스케쥴 잡아두고 병실에서 멍 때리는데

담당 선생님께서 오셔서 간수치가 왤케 올랐냐고.

아유, 망할 간수치.

 

매번 혹시 한약 먹느냐, 아님 무슨 즙같은거 먹느냐, 다른 약 먹는 것 있느냐 질문하시는데

아녀요, 저는 술도 안마시는걸요 ㅠㅠ

 

내 간은 왜 이렇게 약해빠졌는가! 술도 안 마시는데 억울하도다!!

 

씨티는 저녁 9시가 다되어서야 찍고 돌아왔다.

와, 그 시간에도 씨티를 찍는구나. 병원 곳곳에 불 켜진 곳들은 다들 야간에도 열심이시구나.

 

입원 둘째 날 새로운 약이 왔다.

스테로이드제. 무려 16알.

아침 8시에 먹어주고, 오후 4시에 한번 더 먹어준다고.

<덱사메타손 알약 16개>

 

그 중간에는 뼈스캔도 해야 했는데, 먼저 뼈가 잘 보이도록 주사를 맞고, 5시간 넘게 대기했다가 뼈 스캔을 하면 된다.

뼈스캔을 해주시던 선생님은 휘파람 장인에 콧노래도 아주 일품이셨는데,

갑자기 엉덩이에 뭐가 있다면서 다시 촬영하시는데 솔직히 곱니 쫄았었다.

원래 걸리는 시간보다 30분 정도 더 걸려서 혹시나, 항암이 효과가 없었나 하고 걱정하는데

별것 아녔다.

 

입원 3일째.

드디어 새로 바뀐 항암약 맞는 날.

담당간호사보람선생님께서 오셔서 간단히 약에 대해 설명 듣고 대기하는데

병동 선생님께서 몸무게 다시 재자고 하시더라.

어라, 여지껏 입원 당일 몸무게로 쭈욱 갔는데 여긴 소아병동이라서 몸무게가 꽤나 중차대한가 보다, 싶더라.

약제사 쌤도 오셔서 약에 대해 브리핑 해주시고,

드디어 약이 두둥!!

 

전처치 약을 먼저 맞고, 그 후에 탁소텔100mg를 맞고.

 

그리고 조금 쉬었다가 당일 퇴원하기로.

 

항암제를 맞았다고 바로 컨디션이 메롱이 되는 건 아니다.

별 감흥 없이 나는 아까와 똑같은데 다만

이 약은 특히나 물을 많이 마셔줘야 한다고 해서,

약 맞기 전부터 3리터의 물을 계속 마시니 화장실을 끊임없이 가게 되더라.

그래도 빨리 배출해야 덜 고생한다고.

드디어 새로운 약이다.

새로운 부작용이다.

에이디마이신보다 더 아프면 어쩌나 싶은데,

이후 부작용에 대한 내용은 

 

코밍 순!

 

2박 3일 동안 혼자서 집을 지켰던 뚱냥이가 심심하다고 놀아달라고 하니, 

다음 편에.

<퇴원하고 돌아오면 고선생은 내 꼼딱지가 되어버린다. 하루종일 내 뒤만 졸졸 따라당기고, 잘 때는 내 옆에서 나랑 살 맞대고 잔다. 물론 이틀정도 그러고 나면 다시 대면대면. 잠시 분리불안증인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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