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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hions

다사다난한 케모포트 삽입기 1.

by hionsK 2023. 12. 26.

 

 

23.12.10-11
 
강릉아산병원 입원 2회 차.
이번에는 기필코 1인실로 바로 들어가리라, 하고 다짐한 것은 지난 입원 때 코로나에 걸린 것도 한몫했지만
또 첫 항암인데 면역력이 별로인 상태보다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어서였음.
 
그래서 입원 등록 시간보다 좀 더 일찍 도착했는데도 내 앞으로 4명이 있더라.

로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 되어짐. 속도없이 이뻐서 좋드라 ㅎ

 
원래 혈액종양내과 관련 병동은 8층 이랬는데, 1인실이 없어서 m층으로 입원을 함.
 
처음 입원 한 병동은 b층이었는데 여기서의 기억이 엄청 좋았어서(물론 코로나 때문에 고생했지만)
b층으로 다시 가길 내심 바랐으나 그게 내맘대로 되겠냐.ㅋ
어디나 다 똑같겠지, 했는데 아닌가봐.
역시 우리와 꿀인 케미를 가진 의료진들이 있고 아닌 의료진들이 있는데 확실히 b층은 완전 극호/
이번에 입원한 m층은...(여기에서 벌어진 일들이 좀 많아서 눈물을 좀 닦고 ㅠㅠ)
 

1인실 전경/ 신관은 슬라이드 도어인데 이번 본관 1인실은 여닫이문에, 바깥 세면대가 없고 좀 더 작음.

 
가자마자 병원복으로 갈아 입으니 채혈을 하러 오셨는데 오른쪽은 혈관주사/혈압 등을 잴 수 없는 팔이라 오로지 왼팔,
근데 왼팔은 이미 여기저기 찔려 부상이 좀 있는 상태.
간호사 선생님께서 여기저기 한참 톡톡 두들기고 하시다가 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제가 신규라서.. 여기 해보고 안되면 바로 다른 쌤 불러드릴게요' 하시더라.
'예, 편하게 하셔요 괜찮아요.'
자꾸만 미안함을 표현하시는데 뭐 누군 처음부터 잘하나.. 한 큐에 내 혈관 잡으면 나도 좋고 쌤도 좋고, 만약 실패하면 쌤은 또 경험이 되는 거겠지 뭐.

실패한 자리. 멍이 들고 부어오름. 혈관 바늘이 좀 두꺼워 지혈이 잘 안돼 솜에 반창고를 칭칭 감아주었음. 그 결괔ㅋㅋㅋㅋ 피부가 반창고에 다 벗겨짐! 와, 내 피부 진짜 뭥미.

 
결론은 실패. 다른 선생님이 오셔서 팔뚝 안쪽으로 혈관을 잡아주는데 이 분은 베테랑이셨나 봄. 
줄이 엄청 긴 채혈실처럼 별 말도 없고 한번 쓰윽 스캔한 다음 기계처럼 정확하게 찌르고 연결하고.
 
이 두선생님이 m층의 첫 이미지였는데 뭔가 지난번 병동보다 많이 경직된 느낌. 
아, 지난번 병동이 정말 밝고 즐거운 병동이었구나. 여긴 좀 다르네, 중환이 많아서인가? 다들 웃지도 않고 왤케 딱딱해 보이지? 

오른쪽은 혈관보호 팔. 주사를 놓거나 혈압을 잴 때 꼭 한번 더 확인하심. 오른손이 혈관보호이죠? 하고.

 

 


 
입원 둘째 날은 먼저 CT촬영을 하고, 뼈스캔을 해야한다고 함.
혈액종양내과 전담 간호사선생님께서 오셔서 케모포트 시술하겠다 말씀드리고 좀 있다 내 담당 주치의 하석훈 교수님이 오셔서 항암 일정에 대해 얘기함.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항암을 원하고 하겠다고 했던 이유는 작은 확률이라도 재발률을 막기 위함이어서, 그에 따라 먼저 난소제거를 하는 것은 어떨지에 대해 여쭤 봄.
나는 어차피 생리가 너무 버거워 2000년대 초반부터 면 생리대를 쓰고, 생리컵을 구해 쓰고 해 봤으나 드라마틱하게 생리가 좋아질리가 없잖아?
결국 미레나를 삽입해서 한 8년 정도 좀 괜찮았다가 유방암 발병 후 미레나를 제거 해야해
다시 생리를 하게 됨으로써 멘붕에 온 상태(생리 너무 싫어 ㅠㅠ).
그래서 유방암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일부러 난소제거를 하는 시술도 간간히 있다는 얘기에 우리는 아이 낳을 생각도 없고 난소는 불필요한 기능의 장기이니 효용이 있다면 제거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부분인데
 
교수님께서 단호하게 ㅋㅋㅋ 만약 재발을 하면 그때 가서 난소를 절제하는 것이 낫다고. 먼저 선행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하심.
아무래도 의료진은 환자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야 하는 것이 먼저니까 그렇게 말씀해 주신 것 같긴 함.
 
뭐 항암 하면 생리가 멈추는 경우도 있다니까. 일말의 기대심을 가져보았지만. 나는 아녔음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교수님이 가시고 2시 뼈스캔 일정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어서, 선우와 병원 탐방을 떠나기로 했음.
공차에 가서 밀크티 한잔 빨면서 5층 야외정원도 가고, 그럴 생각으로.
 
신나게 내려가 공차 앞에 섰는데! 바로 호출이 옴?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병실에 없어서 전화했다고 얼릉 오시라고.
그대로 소환당해 병실에 있으면서 조금씩 우울해지는데 동의서 받겠다는 분이 안 옴?
간간히 담당 쌤이 들어와 '동의서 싸인했죠?'라고 계속 묻기만 하고 안했다고 하면 놀라며 알아보겠다고 하고 가서는 끝. 좀 있다 다시 와서 '싸인했죠?' 이 무한굴레.
 
병실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계속 있다가, 2시 뼈 스캔 스케쥴에 맞춰 수액 돌돌이 끌고 나가는데
담당 쌤이 '환자분 병실에 있어야 해요, 아직 싸인 안 하셨는데 어디 또 나가세요?' 하시더라.
저희 뼈스캔 가야 하는데요 ㅠㅠ
 
스캔하고 돌아와서도 병실 안에서 계속 기다렸는데 감감무소식.
3시가 다되어 부재중 전화가 찍혀 전화하니 통화 중, 문자 넣었더니 전화 받으래서 기다려도 안와, 하면 또 통화중 이게 뭥미.

이 후로 답문도 전화도 없다가 이송베드가 쳐들어옴 😱

 
그러다가 3시 40분쯤 담당 쌤이 들어오셔서 
이제 이송베드 온다고, 준비하라 하시는데...
응? 무슨 이송베드요??
 
나도 벙찌고 담당쌤은 '아직도 싸인 안 하셨어요?' 이럼.
그 와중에 이송베드가 오고, 나보고 누우래. 그리고 출발하여 떠나는데 선우가
'이거 뭐 싸인 안 해도 되는건가요오오오!' 하고 담당 쌤은 '멈춰!!!' 하고. 누군가 태블릿 가지고 와서 싸인하라 하고 싸인하고.
뭐 난리가 아주.
 
뭔가 꼬이기 시작하니 이렇게 꼬이나 싶더라.
 
나는 수술이나 시술이나 조직검사나 채혈이나 모든 것에 아픈 것보다 얼마나의 시간이 소요되는지가 궁금한 사람.
보통 동의서를 받을 때 그 부분은 묻지 않아도 잘 설명해주는거고 안 말해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하고 물어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인데 다 꼬여서 동의서에 대한 설명 1도 없이 싸인만 한 형국.
 
내일 시술할 줄 알았던 케모포트였는데
정신 차려보니 베드에 실려 수술실 앞까지 와부렸네.
 
(2편에 계속. 호흡이 너무 길고 진짜 속 터지는 상황 설명이 도저히 한편으로 끝내지 몬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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