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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hions

다사다난한 케모포트 삽입기 2.

by hionsK 2023. 12. 28.

 

23.12.11

정신 차려보니 수술대기실이었다.

내 옆으로 자꾸 환자들이 새로 쌓이고
환자들이 들고 날때마다 열리는 문 밖에 선우가 계속 내 쪽을 보며 있음.
문 열릴 때마다 휴대폰 액정에 ‘이거 국소마취인데 생각보다 안아프대’
‘요나야, 2~30분이면 끝날꺼래.’
‘내가 여기서 기다릴께, 잘하고 나와’
이렇게 글을 띄워 보여주는데 난 계속 어리버리...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보다 늦게 온 환자들도 들어가는데 나는 계속 늦어졌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수술방으로 들어 가, 이동베드에서 수술대로 올라가, 수술 준비를 함.
머리에 수술모자도 쓰고, 고개는 수술할 부위 반대로 돌리고,
어깨를 드러내고, 요오드 용액을 주룩주룩 흘리며 소독을 했다.
수술 부위를 제외하고 천을 덮고,
그 위에 다시 두툼한 천을 더 덮고. 뭔가를 또 덮고.
 
그러니까 내 쇄골의 수술 부위를 제외하고는 온 몸에 두터운 천이 나를 짓누르고 있는 상태.

 
나는 조직검사가 아프다할때도 버틸만 했다.
MRI 기계안에서의 50분도 그저 버틸만 했다.
수술 후의 통증도 그냥 버틸만 했다.
내 앞에서 혈관을 잡을 때도 무심하게 살을 뚫는 굵은 바늘을 바라보기만 했다.
실패해서 피가 튀고 멍이 잡히고 부어올라도 그저 무심하게.
 
내가 고통에 둔감한건, 두려움이 별로 없는건
그냥 이게 곧 지나갈 일이라는 걸 알아서.
 
그래서 어떤 시술을 하던 늘 시작할 때 의료진에게 ‘얼마나 아픕니까’ 가 아닌
‘얼마나 소요될까요?’ 하고 질문을 한다.
십분이면 십분만 버티면 그 후에 나는 여기서 벗어나는 거니까 꽤 괜찮지 않은가. 하며 그냥 버텨지는 것.
 
근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누구에게도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저 내 옷을 열어 어깨를 소독하는 사람의 바쁜 손과 내 얼굴을 덮는 사람의 바쁜 손 틈의 대화들.
 
그래, 선우 말로 2~30분이랬으니까.
그 후에 나는 여기서 벗어날 수있으니까.

 
비염이 있고, 지난 수술에 코로나의 여파로 편도 상태가 별로인 나는 숨 쉬는게 좀 버거워졌다.

코로 숨쉬는건 40%정도의 호흡량이었고, 한번씩 입과 코로 큰 숨을 들이켜야 좀 살만 했다.
입으로 숨을 쉬자니, 가뜩이나 건조한 편도가 자극이되어 기침이 쏟아질 것 같아 나 혼자 호흡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마스크는 물론, 내 얼굴에 면보 서너장이 덮여 있어 숨 쉬는 것이 매우 답답한 상황.
 
한참을 누워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말은
‘움직이지 마세요, 환자분’
 
양말도 벗으래서 맨발이었는데 발이 너무 시렵다고. 수술대가 너무 좁아, 내 손이 자꾸 떨어질 것 같아서 무언가 손을 지지할 것이 있음 좋겠다고 생각하며 내 엉덩이에 깔아 둔 손이 저려와 어째야하나 당혹스러운 느낌.
 
‘환자분 앞에 시술이 늦어져서 좀 기다려야 해요. 괜찮으시죠?’
뭐 안괜찮으면 내가 어찌하나.
‘예’
 
그러고도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숨이 잘 안쉬어지는 느낌이 참 힘들어 숨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저 멀리에서 작은 소음만 들리는 느낌.
 
얼굴의 천만 벗겨주면 좋을텐데. 그럼 소독을 다시 해야해서 그냥 이대로 대기하게 하는걸까.
나 숨쉬는게 너무 답답한데 이정도 기다렸으니 곧 오겠지?
일단 숨에만 집중하자. 숨에만 집중해야지.
아, 나 힘들다고 말할까. 이정도 버텼으니 곧 오겠지?
숨이 잘 안쉬어진다고 말할까?
아냐 곧 오겠지.
 
드디어 담당의가 오고 마취를 하고 나를 오리고 장치를 넣고 장치의 위치를 잡고 다른 쪽을 절개하고.
모든 감각이 다 느껴지는 시간.
내가 마취가 금세 풀리는 체질이라(그래서 지난 수술에 삽관한 호스에 편도가 다 갈렸다. 일찍 깨서.)
다시 감각이 돌아오길래 중간에 마취가 풀렸다 말해주고.
내 살을 꼬매는걸 느끼면서,
와 내가 가죽을 꼬매는 것과 다를게 없는거 같다, 느끼고.
 


드디어 수술이 끝나 대기실로 나왔다.
나오며 드디어 시계를 보았는데
5시 45분이더라.
어? 그럼 수술은 길어야 25분 정도 였는데… 뭐 30분이라고 쳐. 그럼 나는…
4시 15분에 들어가 바로 소독하고 시체처럼 누워있던게 한시간이었다고???
나는 시체가 되어 그 시간을 계속 견뎠다고?
눈과 코와 귀의 감각이 사라져 시간 감각이 티미했는데 그게 한시간이었다고?
 
갑자기 짜증이 확 나더라.
처음엔 나를 한시간이나 방치한 그들에게도 화가 났지만,
그냥 내가 참고 있었던게 너무 바보같아서 같은 자세로 견딘게 너무나 바보같아서 짜증이 나더라.
2~30분이면 다시 볼 줄 알고 대기실에서 2시간이나 날 기다리고 있는 선우 생각이 나니까
숨쉬는 것에 집중하던 그 때
‘얼굴의 천을 좀 치워주시겠어요?’와 똑같이
’바깥에 제 보호자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앞의 수술이 밀려서 대기중이라고 전해주시겠어요?‘
하고 수없이 되내이다 끝내 못한 내 바보같음이 너무 짜증이나서.
선우가 대기실에서 얼마나 긴장하고 있을지 너무 잘 알겠는데.. 그게 너무 억울해서.
안울려고 하는데도 눈물이 막 주룩주룩 흐르더라.
 
이송하는 선생님이 와서 문을 열고 나를 데리고 나가는데 나는 눈도 못뜨고 계속 눈물이 나고, 그 와중에 선우가 손을 잡아주며 ’요나야 나 여깄어. 아파? 많아 아팠지?‘ 하는데
내가 너무 짜증이나서
’한개도 안아파. 아픈건 괜찮아! 근데 내가 한시간이나 얼굴에 천 덮고 숨만쉬면서 숨도 잘 안쉬어지는데 그 수술대에서 꼼짝도 못하고 대기했어!!! 나 너무화나, 너무 짜증나. 그냥 얼만치 기다리면 돼요, 앞에 수술이 좀 늦어져서 00분만 기다리면 됩니다; 등등 말만 해주면 나는 아파도 참고 기다리는 앤데.. 그 기준치를 안주면 나는 무너지는데 그걸 한시간을 버티게 했어. 저 사람들 진짜 나빠. 근데 내가 말도 못하고 그냥 있었어. 바보같아. 그래서 너무 짜증나. 내가 바보같고 억울해서 짜증나.‘
하면서 엘레베이터 안에서 엉엉.
 
여지껏 울지도 않던 내가 한참 속앓이를 하니 선우도 그렁그렁.
 
한참을 선우에게 쏟아내고 나니 좀 진정이 되더라.
 
오늘 하루가 다 이상했다. 가끔 뭘 해도 다 꼬이는 날이 있지않나. 그게 오늘이었다.
새로 입원한 병동 선생님들과의 대화도 자꾸 어그러지는 느낌이고 호흡이 영 안맞는다는 느낌.
그로 인해 동의서 싸인부터, 수술에 관련된 내용전달도 못들었고, 결국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수술장으로 가 그 난리를 겪었구나 싶은 기분이다.
 
진짜 뭔가 안맞는 틈에서 수술실에서 까지 이러니 짜증이 엄청 났다.
그래서 오늘 진짜 한참을 울었는데
 
내가 진짜 바보같은게 ㅋㅋㅋ
울면서 선우한테 다 쏟아내고 나니까
그래도 좀 괜찮아지더라.
엊그제 사둔 탕후루에서 귤 하나를 꺼내 먹으면서 참 달다, 참 상콤하다 하고 또 기분이 좋아지더라. 속도없지.
 

<너무 우울한 얘기니까 귀여운 사진 투척. 같이 산책 나간 고선생의 발도장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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