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12-13
케모포트를 쇄골에 심어두었으나, 아직 내 왼팔엔 혈관이 잡혀있는 상태.
움직일 때마다 찡기는 느낌으로 아파서 빼면 안되냐 물으니, 기다리라고.
결국 새벽 6시에 주사를 빼주심.
오전엔 혈관종양내과 전담 선생님과, 영양사 선생님, 약사 선생님께서 병실로 찾아오셔서 한참동안 항암제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고 가심.
또 외과 윤경원교수님의 외래가 잡혔다고 내려가니, 수술부위에 물 찼다고 초음파 하시면서 또 20cc 빼내어 주심.
조용조용 주사기로 물 빼시다가 갑자기
‘항암 별거 아니에요, 괜찮을거에요.’ 하시더라.
내가 웃으면서
‘근데 여기저기 다 찾아오셔서 겁을 막 주시고 있어욬ㅋㅋㅋ’ 하니까 웃으시면서 잘 하실거라고.
가끔 엄청 복잡한 모양의 가방을 만들려고 한달 넘게 낑낑거리고 결국 완성해 주인에게 보낼 때,
받는 분이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건 내가 바란다고 될 일이 아니니
그저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나머지는 알아서 흘러가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의사들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졌다.
외과선생님은 수술을 잘 해놨고,
그 후는 혈관종양내과에 맡기는 거라 손을 떼는 것일텐데 어떤 마음으로 환자를 전원하고 배웅하는걸까.
외래 끝나고 잠시 마트에서 뭐 군것질 거리를 살 까 하고 갔는데 바로 약 들어왔다고 호출 ㅎ
병실에 올라가 항암약 넣기 전
어지러움증 약을 넣고,
그 후에 안정제를 넣고,
에이디마이신, 엔독산 순서로.
중간중간 간호사선생님들 교대시간과 겹쳐져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림. 4시간 30분 정도 걸린거 같음.
약 넣기 끝나서 병실 밖으로 바로 탈출 해서, 마트에 다시 감. 저녁에 선우랑 먹을 간식 산다고 한참 고민하다가, 찐 만두를 팔길래 한 팩 들고 옴.
전 날 갑자기 케모포트 삽입하느라 샤워도 못하고 며칠 또 그럴 예정이라 선우에게 부탁해 머리 감음.
23년 들어서 올 해는 뭘 하며 즐겁게 살까, 생각했을 때 아! 올해는 삭발 함 해야겠다 했었다.
선우도 간만에 빡빡 깎겠다 해서, 예전 인도에서처럼 짧은 머리로 살아야지 했는데.
이런식으로 결심이 이뤄지다니?
이유가 암일줄은 몰랐으나, 어쩌다보니 정말 삭발은 하게되겠군.
아무튼 항암약을 넣고 그 다음날 퇴원하는데
병원은 정말 잠을 잘 수가 없음ㅋㅋㅋㅋ
새벽 5시 40분 케모포트에 꽂았던 주사를 뺀다고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는데,
테이프를 떼는 손도 거칠고, 바늘을 빼는 손도 거칠고.
수술한지 이틀차라 아직 통증이 있는데 테이프 떼고, 바늘 뺄 때 케모포트가 움직여 잠잠하던 통증까지 또 느껴짐.
후에 보니 테이프 뗀 피부도 또 벗겨져 발진이 일어나있음.
컨디션은 괜찮은데, 머리카락 빠지는게 심상찮음.
어, 원래 2주 정도 후부터 빠진다고 했는데 벌써?
자고 일어난 하얀 시트위에 정말 많이 빠져있기에, 퇴원하고 집에가면 바로 머리 밀어야겠다고 생각함.
집에 돌아와 그대로 뻗어 잠시 잤다가, 선우가 머리를 밀어줌.
씻고 또 자다가 내 방으로 옷가지러 온 선우 때문에 일어났는데
선우 머리도 밤톨!
우리는 십년정도 똑같은 똥머리 / 상투머리로 살았는데
이제 똑같은 빡빡이가 되었구나!
태국 치앙마이에서 처음 본 너의 그 머리구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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