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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hions

열흘 째 예비 암환자.

by hionsK 2023. 11. 26.

 

 

 

 

 

 

암일 확률이 98%이상이다, 라는 말을 듣고 딱 열흘 째.

오늘은 조직검사 날.

일찍 누웠는데 시간마다 깨서 잠을 통 못잤다.

꿈에서 조직검사를 몇번이나 했는지.
꿈인데도 통증이 생생해 좀 억울하더라.

어제 선우의 브리핑에 따르면,
아침 8시에 일어나 9시에 강릉으로 출발, 10시에 병원에 도착해 소견서와 영상CD등을 접수하고 10시 45분에 진료 받으면 된다고했는데
나는 6시부터 말똥말똥.

이왕 말똥말똥 거리는 김에 검색을 해볼까 해서
유방암 조직검사부터, 조직검사 후 결과 나오는 기간 등등을 찾아보다가
여러 사람들의 생생후기(?)를 읽게되었다.

의외로 항암을 안해도 되는 경우도 많다더라.

항암을 대비해서 겸사겸사 머리를 미리 밀어야겠다, 했더니 선우도 같이 밀겠다 하더라.
그럼 인도 이후 두번째 동반 삭발이군.

아이디어스나 네이버스토어팜의 댓글과 메시지로
‘작가님 언제부터 손글씨 각인이 가능한가요?’ 하는 질문이 자꾸 들어온다.
뭔가 나도 말해주고는 싶은데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진짜 하나도 없어서 말을 못하는게 답답하다.

이런 각인을 해야 하는데, 나는 언제쯤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런지.


오늘은 새벽 내내 서울이냐 강릉이냐를 고민해보았는데
그것 역시… 조직검사를 받고 나서 결과를 들어야 좀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별 생각없이 잘 하고 와야지.

내 인기척에 발 밑의 고선생이 눈도 못뜨고 게슴츠레한 얼굴로 에에에에오옹 하며 고롱고롱거린다.
엄청나게 사랑스러워서 당장 폭 안아주며
‘눈도 못뜨면서 반가워? 누나 일어난거 같아서 얼릉 말 걸었어?’하니 열심히 내 손을 핥아준다.

내 발 밑에서, 내 기척에 눈도 못뜬 털뭉치가 에오오오옹, 하고 아는 척을 해준다. 내가 다가가 고선생의 뱃살에 얼굴을 묻으면 고릉고릉 하며 내 이마를 핥아준다. 사랑스러운 생명체.


고선생도 선우도 각자의 자리에서 나를 지켜봐준다.
나도 내 자리에서 잘 하면 된다. 그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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