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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세탁셀 / 탁소텔 너는 정말! 24.03.10~24.03.20 탁소텔을 맞고, 딱 이틀 뒤부터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이 느껴졌다. 물 먹은 솜이불처럼 몸이 무겁고 손가락과 발가락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아, 이게 악명 높은 탁소텔의 부작용이구나. 사전에 공부한 것에 따르면 근육통/관절통이 대표적인 부작용인데, 이를 예방하려 진통제를 처방 받는다고. 마약계통의 진통제도 많이들 먹더라. 심한 분들은 근처 병원에서 주사로 직접 진통제를 맞는다고도 하고. 통증을 묘사할 때, 트럭이 밟고 지나가는 듯하다, 코끼리가 몸 위에 앉아있는 것 같다. 고 하더라. 나는 그나마 좀 버틸만했다. 통증은 주로 밤 시간에 찾아왔는데, 골반이 빠질 듯하고 특히 다리 쪽에 분절분절 뼈들이 끊어지는 것 같고 근육들이 들뜬 것 마냥 묵직한 동통이 느껴졌다. 그럼 바로.. 2024. 4. 12.
AC 항암은 가고 TC 항암은 오라. 23.12.10-24.03.06 첫 항암부터 4회차까지 에이디마이신 + 엔독산. 그리고 5회차부터 마지막인 8회차까지 도세탁셀docetaxel(탁소텔). 다행히 4회차까지의 AD항암 부작용은 꽤 선방했다. 약을 맞고 속이 메슥거리는 부작용으로 3~4일간 짜증스럽고 탈모가 와 가끔 불면증에 다크서클이 내려오면 매드맥스의 워보이처럼 내 모습이 웃겨보이고 손톱이 검정색 선이 착색되고 뭐 그정도. 아, 귤중독이 있었다. 귤을 한달에 두번씩 총 45kg를 시켜먹었다. 귤이 제일 잘 먹히더라. 귤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사본게 이번이 처음 ㅎ 같이 사는 선우군의 증언으로는 소고기중독과 성격이상, 쇼핑중독이 있다고 강력 어필을 하는데 뭐… 그건 뭐 항암 이전에도… 이제 도세탁셀항암에 앞서 공부한다고 관련 카페 들어가 도.. 2024. 3. 7.
당신에게. 나는 당신에게 힘내세요 화이팅하세요 아프지마세요 라고 말할 수가 없어요. 힘을 내고 싶은데 어찌 힘 내는지 모르면 어떡하죠, 힘을 내고 싶은데 힘이 안나면 어떡할까요, 힘을 내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면 어쩌죠. 화이팅 하란 말도 꼭 같을것 같아서. 위의 말들을 내게 토로하면 어떡할까 싶어져 말을 못하겠어요. 아프지 말란 말은 좀 더 공허한 바람인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 입 밖으로는 내지 않는 머릿속 염원으로만 맴돌아요. 그저 마음 가득 바람만 기도할뿐이에요. 대신 나는 당신에게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요. 어찌보면 꼭 같은 공허하고, 반문이 가득할 그런 말일테지만, 내 말 안에는 이야기들이 촘촘히 가득해요. 나는 당신의 일상속에 와, 이 향기 참 좋다! 어머나, 바람이 참 시원하네? 이야, .. 2024. 2. 13.
별거없는 암환자의 일상 24.01.17-24.01.22 오랜만에 아는 사람에게 전화가 와 반가이 받으니, 상대가 엉엉 운다. 아니, 나는 괜찮은데 왜 니가 울어. 언니, 나 지금에서야 소식듣고 전화해. 괜찮아? 퍽 난감하다. 마침 선우랑 게임할려고 컴퓨터 켜던 상황이었는데말야. 통화가 한참 길어졌고, 근황과 병세와 일상과 육아와 미래. 모든 내용이 어우러져 그는 내 병세와 내 근황에는 엉엉 울고, 그의 육아와 미래 결혼생활에서는 웃고 나는 그저 묵묵하게 나를 읊고 그의 얘기를 듣고. 사실 별 자각없이 살다가도 거울 안의 빡빡머리 나를 보거나, 옷을 갈아입다 보이는 흉터와 불룩 나온 케모포트 자리를 보게되면 아, 나는 암환자구나.. 하고 새삼스레 와 닿게 된다. 그래서 이런 전화도 그 새삼스레 와 닿는 포인트. 아, 나 암걸렸지.. 2024. 1. 27.
항암 루틴 23.12.27-24.01.01 원래는 1월 1일 입원이었는데, 하석훈교수님께서 하루 미루어 2일로 바꿔주셨다. 그럼 뭐해. 내 안락한 호텔 안마의자 안녕, 성심당 안녕. 대전여행이 물거품이 되었고 나는 집에서 갇혀있어야 하는거잖아. 흑흑. 병원에 다녀오고 노시보효과(nocebo)인지 갑자기 방광염이 발발, 꼬박 하루 미열에 통증이 있더라. 근데 또 지나니 멀쩡. 우리의 계획은 심플하지만 원대했다. 항암을 하면서 일단 가죽하는유목민 Nomadik의 일을 80%정도 줄였다. 느슨하게 치료에만 전념하자, 가 목표. 내 디자인과 각인은 닫아두어 덕분에 나는 2층 작업실에 올라갈 일이 없게 되었다.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항암 첫주는 메슥거릴 테니까, 푹 쉬면서 그동안 하고팠던 게임들이나 하자, 였다. 둘째 주는 .. 2024. 1. 12.
입원 3일차, 이대로 수술까지? 선우가 집에 들르러 갔다. 늘 나와 붙어있을 수는 없는게, 집에는 고선생이 혼자 있어야하니까. 나는 나보다 고선생이 좀 더 걱정되니 잠은 고선생이랑 같이 잤으면 좋겠다고 했으나, 우리 가족에 우환이 있고 그럼 가족이 다 같이 나눠야 하는거라고. 고선생도 감내해야할 부분이라고. 그렇게 하루걸러 한번 씩 가서 충분히 놀아주고 예뻐해주고 재워주고 돌아온다. 선우가 집에 간 동안, 교수님 회진이 잡혔다. 어제 MRI 결과를 보았고 별 일 없으면 목요일 쯤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 고. 오늘의 일정은 CT와 뼈주사/뼈스캔 등이 있는데 다 마치고 저녁 회진 때 상의해보고 알려달라고. 그래, 그럼 까짓거. 일단 1인실로 다시 한번 병실이동을 요청해둔다. 옆자리 할머니는 내일 수술하신다고 하고, 나는 그 하루 뒤.. 2023. 12. 16.
날라리환자 병원은 늘 그렇다. 내 신체리듬과 전혀 반대인 곳. 잠들락 하면 달려와 내 혈관을 찌르는 곳. 혈관은 오늘도 숨었다. 오른쪽 팔은 이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혈관을 보호해야하는 팔이라서 무조건 왼팔에 혈관을 잡아야 하는데 이미 여러개의 상처들로 결국 시계차는 곳까지 내러오게되었다. 오늘은 CT와 MRI를 찍었으면 했다. 자리가 나면 좋겠다고. 일단 CT촬영을 해야하니 금식을 하면서 뭐든 얼릉. 먼저 MRI호출부터 왔다. MRI는 엎드려서 움직이지 않고 45분간 기계안에 들어가 있는거라 한다. 폐소공포증이 있는지 묻고, 혹시 만에하나 뭔 일이 있으면 벨을 누르라고 호출기를 손에 쥐어주며… 그래도 진행 해야해요, 이거 꼭 찍어야해요 아시죠? 한다. 귀마개를 꽂아주고, 헤드셋을 덮어준다. 노래는 90년대 .. 2023. 12. 15.
병원생활 보통 일요일 오후에 입원접수가 된다. 별 생각없이 13시부터 15시까지 접수 한다니 조금이라도 늦게가야지. 입원하면 그대로 갇히니까 버티다 제일 끝에 입원해야지. 느즈막히 일어나 느즈막히 준비를 하고 여유있게 병원에 도착했다. 근데 으잉? 1인실이 없다네. 2인실밖에. 아뿔사, 그래서 사람들이 일찍 오는구나. 원하는 병실에 들어가려고. 강릉아산병원은 2인실보다는 4인실이 더 낫다는 말들이 많아, 4인실도 물어봤으나.. 내가 들어갈 병동은 6인실만 남았다고 하더라. 별 수 없이 2인실 부탁드립니다. 73병동. 간호사 선생님이 병실을 안내해주고 바로 나를 스테이션으로 끌어 몸무게와 키를 쟀다. 아… 완전 무거운 니트와 완전 무거운 와이드 코듀로이바지인데. 역시나 기본 몸무게보다 2.5kg 정도 더 나온 상태.. 2023. 12. 14.
공포감 VS 무던함 뭔가 엄청나게 두렵거나 실제하는 공포에 일상이 버겁지는 않다. 사실 별 생각이 없다. 시술이던 수술이던 무언가를 앞두고 ‘아프다던데. 얼마나 아프려나.’ 그 정도의 걱정 이외의 것은 모든게 죽음으로 치환된다. 예컨데 내가 버틸 수 있는 두려움의 총량이 100이면, 지금껏의 모든 두려움은 고작 10 안팎이고, 다만 이 두려움은 계속 소량씩 누적되는 것이라 쌓이고 쌓이다 100이 넘어가는 순간 아, 그냥 포기하고 죽어야지. 뭐 이런 류.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두려워하지마, 겁내지마, 잘할 수 있어, 이겨내야지.’ 등등의 위로에 아직은 그 감정을 잘 모르겠어서 어떤 감정일까 늘 물음표가 되어 어색하게 답하게 된다. ‘예, 그럴게요.’ 실생활의 나는 이런데 꿈의 나는 정반대이다. 일례로 조직검사 같은거. 실제.. 2023. 12. 12.
첫 번째 입원 수요일에 진료를 다녀와서 일요일에 입원을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또 신나게 놀 수 있는 날은 목/금/토 이렇게 3일. 사람의 몸은 참 신기하다. 전 날 늦게 잤는데도 10시에 눈이 떠지다니. 오늘은 뭐할까, 계획하는데 계획과는 다르게 갑작스런 김장이벤트가 잡힌다. 고선생과 산책 나간 선우가 아무래도 배추들이 곧 얼어죽을거 같은데, 김장을 해야겠다고. 그래서 김장하는 선우 옆에서 보조하며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집을 좀 오래 비워야하니, 청소를 해둬야 겠다 하고 대청소 예정이니 토요일은 진짜 놀아야겠다, 고. ‘암인거 같대요’ 하는 글만 띡 올려두고 잠적했던 페이스북에 글을 다시 올렸다. 아주 길고 긴 글. 페이스북은 시덥잖은 일상 이야기나, 잡담, 내가 얼마나 허술한 인간인지에 대한 반성, 고선생.. 2023.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