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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hions32

당신에게. 나는 당신에게 힘내세요 화이팅하세요 아프지마세요 라고 말할 수가 없어요. 힘을 내고 싶은데 어찌 힘 내는지 모르면 어떡하죠, 힘을 내고 싶은데 힘이 안나면 어떡할까요, 힘을 내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면 어쩌죠. 화이팅 하란 말도 꼭 같을것 같아서. 위의 말들을 내게 토로하면 어떡할까 싶어져 말을 못하겠어요. 아프지 말란 말은 좀 더 공허한 바람인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 입 밖으로는 내지 않는 머릿속 염원으로만 맴돌아요. 그저 마음 가득 바람만 기도할뿐이에요. 대신 나는 당신에게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요. 어찌보면 꼭 같은 공허하고, 반문이 가득할 그런 말일테지만, 내 말 안에는 이야기들이 촘촘히 가득해요. 나는 당신의 일상속에 와, 이 향기 참 좋다! 어머나, 바람이 참 시원하네? 이야, .. 2024. 2. 13.
별거없는 암환자의 일상 24.01.17-24.01.22 오랜만에 아는 사람에게 전화가 와 반가이 받으니, 상대가 엉엉 운다. 아니, 나는 괜찮은데 왜 니가 울어. 언니, 나 지금에서야 소식듣고 전화해. 괜찮아? 퍽 난감하다. 마침 선우랑 게임할려고 컴퓨터 켜던 상황이었는데말야. 통화가 한참 길어졌고, 근황과 병세와 일상과 육아와 미래. 모든 내용이 어우러져 그는 내 병세와 내 근황에는 엉엉 울고, 그의 육아와 미래 결혼생활에서는 웃고 나는 그저 묵묵하게 나를 읊고 그의 얘기를 듣고. 사실 별 자각없이 살다가도 거울 안의 빡빡머리 나를 보거나, 옷을 갈아입다 보이는 흉터와 불룩 나온 케모포트 자리를 보게되면 아, 나는 암환자구나.. 하고 새삼스레 와 닿게 된다. 그래서 이런 전화도 그 새삼스레 와 닿는 포인트. 아, 나 암걸렸지.. 2024. 1. 27.
항암 2차 24.01.02-24.01.16 입원하는 날. 연말연시니까 아무래도 입원실이 없을 수도 있겠어, 하고 일찍부터 서둘렀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입원 등록을 하는데, 1인실에 들어가려면 좀 더 일찍 가서 번호표를 뽑아야 할 듯해서.. 계획은 이랬다. 병원에서 나만 차에서 내려 입원등록 번호표를 뽑고, 채혈실로 가 채혈을 하고 다시 돌아와 내 순서를 기다리자. 그동안 선우는 주차를 하면 되고. 호기롭게 달려가 번호표를 뽑으니까, 바로 내 순서가 온다?(뭐 내가 그렇짘ㅋㅋ) 환자번호를 대니, 채혈부터 해야 입원등록을 해준다 한다.(뭐 내가 그렇짘ㅋㅋ 2탄) 채혈을 하러 가, 3통의 붉은 피를 뽑고 다시 입원등록을 했다. 원래 8n병동이 담당 층인데, 자리가 없어서.. 다른 병동 1인실이라도 괜찮은지 묻는다... 2024. 1. 19.
항암 루틴 23.12.27-24.01.01 원래는 1월 1일 입원이었는데, 하석훈교수님께서 하루 미루어 2일로 바꿔주셨다. 그럼 뭐해. 내 안락한 호텔 안마의자 안녕, 성심당 안녕. 대전여행이 물거품이 되었고 나는 집에서 갇혀있어야 하는거잖아. 흑흑. 병원에 다녀오고 노시보효과(nocebo)인지 갑자기 방광염이 발발, 꼬박 하루 미열에 통증이 있더라. 근데 또 지나니 멀쩡. 우리의 계획은 심플하지만 원대했다. 항암을 하면서 일단 가죽하는유목민 Nomadik의 일을 80%정도 줄였다. 느슨하게 치료에만 전념하자, 가 목표. 내 디자인과 각인은 닫아두어 덕분에 나는 2층 작업실에 올라갈 일이 없게 되었다.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항암 첫주는 메슥거릴 테니까, 푹 쉬면서 그동안 하고팠던 게임들이나 하자, 였다. 둘째 주는 .. 2024. 1. 12.
항암 2주차 23.12.19-26 자잘한 사건(케모포트 상처 벌어짐)이 있었지만 꽤 좋은 컨디션으로 1주 차를 잘 보내고 2주 차가 되었다. 보통 항암제를 넣고 3-4일정도 구토/오심의 부작용이 있다던데, 나는 다행히 일렁이는 기분을 잘 달래 가며 식욕을 유지해 잘 먹고 잘 쉬었고 2주 차에는 면역력이 떨어져 설사나 구내염 등 부작용이 있을거라(검색의 왕 선우가 다 검색해서 알려줌)하였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손톱이 약해지고 -쉽게 부러지거나, 변색이 되고 심지어 뽑히기도 한다고. 내부 장기가 약해지고 -장내 점막이 약해져 식중독 등 취약해져 설사 부작용이 난다고. 입안이 약해지고 -입안의 점막이 약해져 헐거나 패여 밥을 먹기도 힘들다고.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이건 뭐 흔한 부작용 상처가 나면 아무는 것이 더디고 .. 2024. 1. 1.
첫 항암 그 후 23.12.14-18 나는 눈 감고 별 관심 없이 지냈는데, 선우는 ‘우리’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내게 브리핑 해주었다. 3주 사이클로 돌아가고, 첫주는 미약한 후유증, 2주차는 면역력이 최저점으로 낮아지는 기간, 3주차는 컨디션을 회복하는 기간. 그래서 항암 1차와 2차 사이의 3주의 중간 지점의 날 앞뒤로 2일정도. 총 5일을 몸을 사리는 기간으로 정해두고, 그 나머지는 행복하게 산책도 하고 여행도 가고 즐겁게 살자고. 항암 8차니까 총 8번의 여행을 가보자고. 응, 그래 그럼 진짜 신나겠다! 항암 이틀차부터 구토 오심이 심한경우가 많다는데, 나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냥 내 몸이 한 25개쯤의 레이어로 나뉘어져서 각개의 레이어가 제각각의 바람으로 제각각의 방향으로 유영하는 것 같은 느낌... 2023. 12. 31.
항암 1차 23.12.12-13 케모포트를 쇄골에 심어두었으나, 아직 내 왼팔엔 혈관이 잡혀있는 상태. 움직일 때마다 찡기는 느낌으로 아파서 빼면 안되냐 물으니, 기다리라고. 결국 새벽 6시에 주사를 빼주심. 오전엔 혈관종양내과 전담 선생님과, 영양사 선생님, 약사 선생님께서 병실로 찾아오셔서 한참동안 항암제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고 가심. 또 외과 윤경원교수님의 외래가 잡혔다고 내려가니, 수술부위에 물 찼다고 초음파 하시면서 또 20cc 빼내어 주심. 조용조용 주사기로 물 빼시다가 갑자기 ‘항암 별거 아니에요, 괜찮을거에요.’ 하시더라. 내가 웃으면서 ‘근데 여기저기 다 찾아오셔서 겁을 막 주시고 있어욬ㅋㅋㅋ’ 하니까 웃으시면서 잘 하실거라고. 가끔 엄청 복잡한 모양의 가방을 만들려고 한달 넘게 낑낑거리고 결국 완.. 2023. 12. 30.
다사다난한 케모포트 삽입기 2. 23.12.11 정신 차려보니 수술대기실이었다. 내 옆으로 자꾸 환자들이 새로 쌓이고 환자들이 들고 날때마다 열리는 문 밖에 선우가 계속 내 쪽을 보며 있음. 문 열릴 때마다 휴대폰 액정에 ‘이거 국소마취인데 생각보다 안아프대’ ‘요나야, 2~30분이면 끝날꺼래.’ ‘내가 여기서 기다릴께, 잘하고 나와’ 이렇게 글을 띄워 보여주는데 난 계속 어리버리...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보다 늦게 온 환자들도 들어가는데 나는 계속 늦어졌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수술방으로 들어 가, 이동베드에서 수술대로 올라가, 수술 준비를 함. 머리에 수술모자도 쓰고, 고개는 수술할 부위 반대로 돌리고, 어깨를 드러내고, 요오드 용액을 주룩주룩 흘리며 소독을 했다. 수술 부위를 제외하고 천을 덮고, 그 위에 다시 두툼한 .. 2023. 12. 28.
다사다난한 케모포트 삽입기 1. 23.12.10-11 강릉아산병원 입원 2회 차. 이번에는 기필코 1인실로 바로 들어가리라, 하고 다짐한 것은 지난 입원 때 코로나에 걸린 것도 한몫했지만 또 첫 항암인데 면역력이 별로인 상태보다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어서였음. 그래서 입원 등록 시간보다 좀 더 일찍 도착했는데도 내 앞으로 4명이 있더라. 원래 혈액종양내과 관련 병동은 8층 이랬는데, 1인실이 없어서 m층으로 입원을 함. 처음 입원 한 병동은 b층이었는데 여기서의 기억이 엄청 좋았어서(물론 코로나 때문에 고생했지만) b층으로 다시 가길 내심 바랐으나 그게 내맘대로 되겠냐.ㅋ 어디나 다 똑같겠지, 했는데 아닌가봐. 역시 우리와 꿀인 케미를 가진 의료진들이 있고 아닌 의료진들이 있는데 확실히 b층은 완전 극호/ 이번에 입원한 m층은... 2023. 12. 26.
항암은 항암이고, 일단 먹자. 23.12.01-09 / 먹방&커피투어 in 부산 항암 스케쥴이 잡힌 이후부터 항암 전에 먹고 싶은 것들 다 먹어야겠구나! 하며 먹깨비 모드가 발령되었어. 일단 항암을 하게되면 면역력이 약해지니, 회나 젓갈, 생고기 등을 먹을 수 없게 된대. 일단 내가 가장 아쉬운 게, 연어와 소고기 레어 스테이크. 아... 이 두 개는 진짜 하루 날 잡고 원 없이 먹어야지. 그러면서 선우와 둘이 2박 3일간 여행을 가기로 했어. 부산/전주/여수 이렇게 물망에 올랐다가, 체력이 그래도 있을 때 부산을 후딱 다녀오자! 해서 부산으로 낙점. 첫날의 호텔은 자갈치시장 주변으로 잡아서 근처 깡통시장으로 야시장을 마음껏 즐겼어. 아, 감천마을 야경을 보자고 해 잠시 다녀옴. 이튿날, 잘 먹어야는 목적으로 온 부산이니만큼! 현지인.. 2023.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