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엄청나게 두렵거나 실제하는 공포에 일상이 버겁지는 않다.
사실 별 생각이 없다.
시술이던 수술이던 무언가를 앞두고 ‘아프다던데. 얼마나 아프려나.’ 그 정도의 걱정 이외의 것은 모든게 죽음으로 치환된다.
예컨데 내가 버틸 수 있는 두려움의 총량이 100이면, 지금껏의 모든 두려움은 고작 10 안팎이고, 다만 이 두려움은 계속 소량씩 누적되는 것이라 쌓이고 쌓이다 100이 넘어가는 순간
아, 그냥 포기하고 죽어야지.
뭐 이런 류.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두려워하지마, 겁내지마, 잘할 수 있어, 이겨내야지.’ 등등의 위로에 아직은 그 감정을 잘 모르겠어서 어떤 감정일까 늘 물음표가 되어 어색하게 답하게 된다. ‘예, 그럴게요.’
실생활의 나는 이런데
꿈의 나는 정반대이다.
일례로 조직검사 같은거.
실제의 나는 ‘내일 조직검사 한대. 와, 씨 곱니 아프려나, 후딱 끝났으면 좋겠다.’ 하고 지나가는 투정 한 번이라면,
꿈에서 나는 수 번, 수십 번 조직검사를 한다.
고통도 생생하게 느낀다. 밤새 조직검사를 당한다.
무의식의 반영이라는데 이런 꿈을 꾸는거면 나는 암이라는 것이 두려운가? 그에 관한 모든것을 겁내하나? 하고 곰곰히 되짚어 생각해보지만
나는 여전히 별 생각이 없고 그저 오늘을 어찌하면 즐겁고 재밌게 보낼까에 집중하고 죽기 전에 고선생 한번 더 안아보고, 선우와 농담 하나 더 나누고, 하나라도 더 맛난걸 먹어야지 하는 생각 정도만 할 뿐.
비록 엉망인 악몽으로 잠은 설쳤지만 눈을 뜨면
‘미리 예행연습 했네, 해봤으니 잘 버티겠네 뭐.’
하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생각없는 나도 ‘나’이고,
꿈에서 시달리는 나도 ‘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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