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늘 그렇다. 내 신체리듬과 전혀 반대인 곳.
잠들락 하면 달려와 내 혈관을 찌르는 곳.
혈관은 오늘도 숨었다.
오른쪽 팔은 이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혈관을 보호해야하는 팔이라서 무조건 왼팔에 혈관을 잡아야 하는데
이미 여러개의 상처들로 결국 시계차는 곳까지 내러오게되었다.
오늘은 CT와 MRI를 찍었으면 했다. 자리가 나면 좋겠다고. 일단 CT촬영을 해야하니 금식을 하면서 뭐든 얼릉.
먼저 MRI호출부터 왔다.
MRI는 엎드려서 움직이지 않고 45분간 기계안에 들어가 있는거라 한다.
폐소공포증이 있는지 묻고, 혹시 만에하나 뭔 일이 있으면 벨을 누르라고 호출기를 손에 쥐어주며… 그래도 진행 해야해요, 이거 꼭 찍어야해요 아시죠? 한다.
귀마개를 꽂아주고,
헤드셋을 덮어준다.
노래는 90년대 히트 발라드 곡들 위주.
45분이면, 한곡당 5분씩 잡으면 9곡을 들으면 되겠네.
넉넉잡아 10곡만 부르면 될거 같으니 노래만 신경쓰자.
귀마개를 하고 헤드셋을 큰 볼륨으로 듣고 있는데도 기계의 굉음이 무자비하게 느껴진다.
9곡 반의 노래를 듣고는 드디어 기계가 멈췄다.
환자분, 고생하셨어요.
골밀도 검사도 하고, 심장초음파도 하고
내 몸의 전이가 있는지 이것저것 찬찬히 들여다보는 중인가보다.
아직은 날라리 환자여서, 편의점도 가고 슈퍼도 가고, 찻집에 가서 커피 한잔 갖고 나와 단풍 밑에서 마시고 온 병원을 탐험하는 중이다.
'잡소리 > hio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디어, 수술 (24) | 2023.12.21 |
---|---|
입원 3일차, 이대로 수술까지? (0) | 2023.12.16 |
병원생활 (31) | 2023.12.14 |
공포감 VS 무던함 (2) | 2023.12.12 |
첫 번째 입원 (0) | 2023.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