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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31

코로나 그 이후. 23.11.19-26 나는 암환자인데, 암수술을 받은지 불과 3일 밖에 안 지났는데 전신마취 수술은 안중에도 없고 코로나로 모든게 덮인게 참 아이러니. 어쩌다보니 퇴원을 일찍 하고 일요일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월/화 이렇게 외래가 잡혀있었는데 모든게 다 틀어진 상황이 되어버린거지. 20일 외래가 29일로 미루어졌다. 수술관련해서 내 몸에서 떼어낸 암조각들에 대한 검사등을 확인하고 그에 따라 항암에 대한 계획등도 다 미뤄진 상황. 뭐 어쩔 수 있나. 첫 코로나가 병 고치러 간 병원에서 걸려 어안이 벙벙한데, 와 이거 엄청 아프더라. 또 나는 수술 중에 마취가 풀려 목안의 호스를 잡아 빼며 생긴 상처와 함께 인후통이 쎄게 찾아와서 목으로 아무것도 못 넘기는 상황. 침 삼키는 것도 아파서 낑낑거리는데 뭘 .. 2023. 12. 23.
아니, 내가 코로나라니! 2023.11.17-18 수술을 얼레벌레 해 놓고는 마약성 진통제를 미친듯이 빨아제낀 덕분에 수술부위의 통증은 없었다.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아, 선우는 잠시 고선생을 챙기러 집에 다녀오기도 했다. 오후가 되면서 침도 삼키지 못할정도로 인후통이 심했고 열이 있는 것 같은데, 채혈하고 혈압재고 체온을 쟀을 때는 괜찮다고 하더라. 그냥 컨디션이 안좋은가 싶어서 선우랑 틈날 때 마다 잘, 자기로 해 계속 누워서 자고. 병원 밥이 꼬박꼬박 나왔는데 입맛이 별로 없어도 선우와 으쌰으쌰 해가면서 잘먹어야 회복을 하지! 하며 오바하듯 더 먹어댔다. 회진 때 윤경원 교수님께서 수술부위를 체크해주시면서 느긋하게 병원서 있다가 월요일이나 화요일 쯤 퇴원하자고, 그 후 외래에서 결과 놓고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잡자고 하시더라.. 2023. 12. 21.
드디어, 수술 생각해 보니, 우리 교수님 완전 짱이셔. 엄청 쿨하게 ‘수술 전에 검사해야하는 거니까 입원하시죠!’ 입원을 하고나니 ‘그냥 입원 한 김에 수술까지 할까봐요!’ ㅋㅋㅋㅋ 완전 일사천리, 우유부단 회피의 전형인 나한테 딱인 분이심. 그래서 어쩌다보니 검사하러 입원했는데 얼레벌레 수술날이 되었음. 뭐 1인실로 옮겼겠다, 옆 침대 할머니의 섬망 비명을 안들으니 잠도 잘 잤는데… 이상하게 편도가 살짝 부운 것 같은 느낌. 이거 잘못하면 수술 못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가글 해주고, 따뜻한 물 마시면서 관리 하고 있다가, 수술 전 마지막 스케쥴로 이란걸 해야한대. ’핵의학과‘로 가니 몇번 뵈어 이제 반갑기 까지 한 선생님들께서 오늘은 좀 아플거라고 몇번을 말씀하시더라. 아픈건 뭐 어쩔 수 없는거고.. 다만, ‘얼마나 .. 2023. 12. 21.
입원 3일차, 이대로 수술까지? 선우가 집에 들르러 갔다. 늘 나와 붙어있을 수는 없는게, 집에는 고선생이 혼자 있어야하니까. 나는 나보다 고선생이 좀 더 걱정되니 잠은 고선생이랑 같이 잤으면 좋겠다고 했으나, 우리 가족에 우환이 있고 그럼 가족이 다 같이 나눠야 하는거라고. 고선생도 감내해야할 부분이라고. 그렇게 하루걸러 한번 씩 가서 충분히 놀아주고 예뻐해주고 재워주고 돌아온다. 선우가 집에 간 동안, 교수님 회진이 잡혔다. 어제 MRI 결과를 보았고 별 일 없으면 목요일 쯤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 고. 오늘의 일정은 CT와 뼈주사/뼈스캔 등이 있는데 다 마치고 저녁 회진 때 상의해보고 알려달라고. 그래, 그럼 까짓거. 일단 1인실로 다시 한번 병실이동을 요청해둔다. 옆자리 할머니는 내일 수술하신다고 하고, 나는 그 하루 뒤.. 2023. 12. 16.
날라리환자 병원은 늘 그렇다. 내 신체리듬과 전혀 반대인 곳. 잠들락 하면 달려와 내 혈관을 찌르는 곳. 혈관은 오늘도 숨었다. 오른쪽 팔은 이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혈관을 보호해야하는 팔이라서 무조건 왼팔에 혈관을 잡아야 하는데 이미 여러개의 상처들로 결국 시계차는 곳까지 내러오게되었다. 오늘은 CT와 MRI를 찍었으면 했다. 자리가 나면 좋겠다고. 일단 CT촬영을 해야하니 금식을 하면서 뭐든 얼릉. 먼저 MRI호출부터 왔다. MRI는 엎드려서 움직이지 않고 45분간 기계안에 들어가 있는거라 한다. 폐소공포증이 있는지 묻고, 혹시 만에하나 뭔 일이 있으면 벨을 누르라고 호출기를 손에 쥐어주며… 그래도 진행 해야해요, 이거 꼭 찍어야해요 아시죠? 한다. 귀마개를 꽂아주고, 헤드셋을 덮어준다. 노래는 90년대 .. 2023. 12. 15.
병원생활 보통 일요일 오후에 입원접수가 된다. 별 생각없이 13시부터 15시까지 접수 한다니 조금이라도 늦게가야지. 입원하면 그대로 갇히니까 버티다 제일 끝에 입원해야지. 느즈막히 일어나 느즈막히 준비를 하고 여유있게 병원에 도착했다. 근데 으잉? 1인실이 없다네. 2인실밖에. 아뿔사, 그래서 사람들이 일찍 오는구나. 원하는 병실에 들어가려고. 강릉아산병원은 2인실보다는 4인실이 더 낫다는 말들이 많아, 4인실도 물어봤으나.. 내가 들어갈 병동은 6인실만 남았다고 하더라. 별 수 없이 2인실 부탁드립니다. 73병동. 간호사 선생님이 병실을 안내해주고 바로 나를 스테이션으로 끌어 몸무게와 키를 쟀다. 아… 완전 무거운 니트와 완전 무거운 와이드 코듀로이바지인데. 역시나 기본 몸무게보다 2.5kg 정도 더 나온 상태.. 2023. 12. 14.
공포감 VS 무던함 뭔가 엄청나게 두렵거나 실제하는 공포에 일상이 버겁지는 않다. 사실 별 생각이 없다. 시술이던 수술이던 무언가를 앞두고 ‘아프다던데. 얼마나 아프려나.’ 그 정도의 걱정 이외의 것은 모든게 죽음으로 치환된다. 예컨데 내가 버틸 수 있는 두려움의 총량이 100이면, 지금껏의 모든 두려움은 고작 10 안팎이고, 다만 이 두려움은 계속 소량씩 누적되는 것이라 쌓이고 쌓이다 100이 넘어가는 순간 아, 그냥 포기하고 죽어야지. 뭐 이런 류.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두려워하지마, 겁내지마, 잘할 수 있어, 이겨내야지.’ 등등의 위로에 아직은 그 감정을 잘 모르겠어서 어떤 감정일까 늘 물음표가 되어 어색하게 답하게 된다. ‘예, 그럴게요.’ 실생활의 나는 이런데 꿈의 나는 정반대이다. 일례로 조직검사 같은거. 실제.. 2023. 12. 12.
첫 번째 입원 수요일에 진료를 다녀와서 일요일에 입원을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또 신나게 놀 수 있는 날은 목/금/토 이렇게 3일. 사람의 몸은 참 신기하다. 전 날 늦게 잤는데도 10시에 눈이 떠지다니. 오늘은 뭐할까, 계획하는데 계획과는 다르게 갑작스런 김장이벤트가 잡힌다. 고선생과 산책 나간 선우가 아무래도 배추들이 곧 얼어죽을거 같은데, 김장을 해야겠다고. 그래서 김장하는 선우 옆에서 보조하며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집을 좀 오래 비워야하니, 청소를 해둬야 겠다 하고 대청소 예정이니 토요일은 진짜 놀아야겠다, 고. ‘암인거 같대요’ 하는 글만 띡 올려두고 잠적했던 페이스북에 글을 다시 올렸다. 아주 길고 긴 글. 페이스북은 시덥잖은 일상 이야기나, 잡담, 내가 얼마나 허술한 인간인지에 대한 반성, 고선생.. 2023. 12. 9.
페이스북에 올린 글(23.11.10) 어제는 공식적으로 암환자 등록을 하였습니다. ‘암’이란 단어가 우리집에 찾아온 후 나는 조금 멍해졌고 선우의 일상은 내가 중심이 되었고 우리가 일구던 가죽하는유목민 노마딬의 일상은 멈췄습니다. 아! 고선생의 일상은 잘 지키고 있으니까 고선생 이뻐하시는분들 걱정마세요 ㅋ 여전히 고선생은 해맑고 이쁘고 건강하고 잘먹고 잘쌉니다. 암인것 같다, 에서 우리는 제일 먼저 하루 일과를 바꾸었습니다. 늘상 자고플 때 자고(아침 6~7시)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오후 2~3시) 하던 느슨한 일상에서 아침 10시에 꼬박꼬박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이가 되었지모에요! 앞으로 이른시간 병원을 오가야할텐데, 낮밤이 바뀐 상태로 병원을 오가면 컨디션이 안좋아질테니까, 가 빙구의 이유였고 저는 말 잘듣는 착한 어른이니까 지금도.. 2023. 12. 9.
어떤 암환자가 될까? "오늘 나는 암환자가 되었어. 선우야, 내가 어떤 암환자가 됐음 좋겠어?" "음.. 생각없는 암환자? 막 암이니 뭐니 자각없이 해맑고 신난 암환자. 아팠다가도 금세 괜찮아지는 암환자. 입맛없지 않고 이것저것 잘 챙겨먹는 암환자. 그런 암환자가 되었음 좋겠어!" "콜!" 2023. 12. 6.